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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드라마
감독 : 임순례
러닝타임 : 103본
국가: 한국
출연 : 김태리(혜원 역), 류준열(재하 역), 진기주(은숙 역), 문소리(혜원엄마 역)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전원생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농촌의 사계절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리틀 포레스트'를 소개합니다.
1. 몸과 마음이 지친 당신에게 추천하는 영화
주인공 혜원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합니다. 하지만 시험도, 연애도, 취업도 뭐 하나 제대로 되지 않은 어느 겨울날, 지친 마음으로 아무도 없는 시골 고향집으로 돌아옵니다. 난로를 피우고 하얀 눈밭에 파묻혀있던 배추를 뽑아다가 배춧국을 끓여서 밥을 해 먹습니다. 고향집에서 이런 음식을 해 먹으며 행복한 웃음을 짓습니다. 처음엔 며칠 쉬다갈 생각이었던 혜원은 어느새 봄, 여름, 가을, 다시 겨울을 보내고 떠나지요. 1년이란 시간 동안 고향 친구들과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만듭니다. 도시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친구 재하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귀농해서 작은 과수원을 하고 있지요. 은숙은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어 도시 생활을 꿈꾸는 은행원입니다. 그 친구들과 어린 시절도 회상하며 투닥투닥 장난도 치면서 지냅니다. 혜원이 시골에 살게 된 것은 아빠의 건강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아빠는 어려서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는 혜원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시골을 안 떠나고 혜원과 함께 삽니다. 그러다가 혜원이 수능 시험을 끝냈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편지 한 장 덜렁 남겨놓고 떠나버리죠. 엄마에 대한 배신감이 컸을 혜원. 엄마 없어도 씩씩하게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었죠.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고아나 다름없는 혜원이 대학생활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게 얼마나 고단하고 힘들었을까요? 그런데 고향집에서 보내는 1년 동안, 혜원은 엄마가 해주었던 음식들을 해 먹으며, 재하, 은숙과 함께 도시 생활에서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를 받습니다.
2. 화면 가득 채우는 요리와 농촌 풍경
이 영화를 힐링 영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화면 가득 채우는 각종 요리와 계절마다 변하는 농촌 풍경에 마음이 녹는 것 같습니다. 혜원의 엄마는 남편이 일찍 죽고, 딸이 그곳에 뿌리내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시로 가지 않고 시골에서 그냥 살아갑니다. 그런데, 혜원의 엄마는 좀 인텔리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토속 음식부터 서양 음식까지 참 열심히 정갈하게 만들어서 딸에게 먹입니다. 젊은 시절의 엄마 모습을 회상하는 혜원. 저는 혜원이 엄마의 모습이 그악스럽게 그려지지 않아서인지 엄마도 혜원이도 참 애잔하게 느껴지더군요. 혜원의 대사중에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대사가 있어요. '그냥 나는 버틴 거다. 그냥 참은 거다.' 엄마도 실은 힘든 삶을 버틴 거겠죠. 참은 거겠죠. 저도 어린 시절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린 시절부터 좀 씩씩하게 혼자 헤쳐나가며 살아야 하는 일이 많았기에 자꾸 혜원에게 감정이입이 되었어요. 그리고 혜원이 엄마 나이를 지나고 보니, 혜원 엄마에게도 자꾸 감정이입이 되더군요. 어쨌든 엄마가 해 주었던 음식을 요리하는 혜원. 화면 가득 메우는 요리의 색감에 눈이 정말 호강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혜원이 밤 조림하는 장면을 보고는 영화가 끝난 뒤 편의점으로 달려가 맛밤을 사 먹기까지 했어요. 아카시아 튀김을 하는 장면은 자그르르 끓는 기름 소리까지 정말 오감을 자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도 혜원이는 돌아갈 고향이 있었으므로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3. 고향 친구들
도시생활을 집어치우고 고향에서 작은 과수원을 하는 재하와 전문대 졸업 후 고향 근처 농협에 취직한 은숙, 그리고 혜원. 세 명의 청춘은 나름의 힘듦이 있습니다. 저의 이십대를 돌이켜보니, 저도 그 청춘들처럼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어리고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삶이라 꾹꾹 힘든 일을 참는 것 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은숙이 노래방에서 참다 참다 상사의 머리를 탬버린으로 갈기는 장면은 웃기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했어요. 실제 그렇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청춘이 몇이나 될까 싶더라고요. 재하의 대사 중에 '다른 사람이 결정하는 인생을 살기 싫어서' 자신만의 삶을 선택했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어요. 모든 게 혼란스러운 청춘들에게 주는 메시지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 말미에 재하와 은숙이 다시 도시로 떠난 혜원에 대해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재하는 혜원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예견합니다. 혜원이가 아주심기를 준비하는 중이라고요. 아주심기는 묘목이나 모종이 튼튼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하여 자리를 바꾸어 심는 것을 말하며, 아주심기는 더 이상 옮겨 심지 않고 완전하게 심는다는 뜻이라고 해요. 재하의 말대로 혜원이는 아주심기를 준비하고 있었던 걸까요? 뭐, 어쨌든 저는 풋풋한 청춘이 그립습니다.
이 영화는 큰 사건도 없습니다. 그냥 잔잔하게 흘러가요. 물론 평화롭기만 농촌도 태풍에 벼가 다 쓰러지고, 과일이 다 떨어지는 일을 당하지요. 하지만 영화 속 인물들은 그러려니 하고 헤쳐나가지요. 그러한 농촌 풍경마저 평화롭게 느껴지더군요. 이렇게 말하면 농사짓는 분들이 화를 내실까요? 하하. 지친 혜원이 마음에 안식을 얻듯이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이라면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힐링된다는 느낌을 받을 거예요. 혜원의 엄마는 자연과 요리, 딸이 작은 숲이었다고 말합니다. 그 숲을 잘 가꾸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을 듯해요. 그리고 딸 혜원도 엄마의 바람대로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갈 것 같습니다. 엄마 또한 결혼으로 포기했던 일을 찾으며 또 다른 작은 숲을 가꾸겠지요. 아마 셰프가 되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핀란드에 가서 한식당을 차리지 않을까 싶어요. 카모메 식당처럼요.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자신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잘 가꾸며 사는 것 같습니다. 나의 작은 숲, 리틀 포레스트는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였어요.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