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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출처:네이버영화

    감독 : 퍼시 애들론

    장르 : 코미디

    개봉 : 

    출연 : 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야스민 역), CCH 파운더(브렌다 역)

     

    고백하자면, 어릴 때라고 해야할까요? 바그다드 카페라는 영화가 꽤 유명한데, 그렇게 보려고 해도 영화가 쉽게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장르가 코미디라는데, 대체 뭐가 코미디라는 건지, 하다가 잠이 든 적도 있어요. 그만큼 영화 초반, 뿌연 먼지만 황량하게 날려대고 ost 'calling you'가 마음을 쓸쓸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좋은 평을 받는 영화인데, 나는 왜 재미가 없을까? 그런 생각만 하다가 드디어 작정을 하고 보게 되었어요. 그런데, 아! 정말 뭉클했답니다.

     

    1. 바그다드 카페 줄거리

    영화는 뿌연 먼지 사막의 한 도로에서 시작합니다. 길 한가운데서 남편과 싸우고, 야스민은 트렁크 하나만 끌고서 브렌다가 운영하는 바그다드 카페에 오게 됩니다. 모텔이자 카페이자 주유소인 바그다드 카페는 시설이 매우 낡았습니다. 카페의 주인 브렌다는 일을 안 하는 남편을 내쫓고, 피아노만 치고 있는 미혼부인 어린 아들과 이 남자, 저 남자 만나고 다니는 딸 또한 마음에 안 들어서 짜증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만사가 귀찮고 생활고에 찌들어서 가게를 돌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바그다드 카페를 찾는 이웃들도 모두 의욕 없이 하루하루 되는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모든 게 는적는적합니다. 축축 처지는 기분이에요. 브렌다는 처음에 야스민을 보고 의심하고 탐탁지 않아합니다. 브렌다가 야스민이 묵고 있는 방을 청소하려는데, 이상하게 남자 옷들과 남자들이 쓰는 소품을 발견하고 보안관을 부르기까지 하지요. 남편과 싸우던 야스민이 남편 트렁크를 갖고 왔기 때문인데, 보안관이 와서 이상 없음을 밝히고 그냥 돌아가지요. 하지만 야스민의 부지런함과 선한 마음으로 인해 이웃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바그다드 카페는 웃음이 넘치고 따뜻한 카페로 바뀝니다. 결국 브렌다와는 절친이 됩니다. 영화 내내 흐르는 OST 'Calling You'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2. 야스민과 브렌다, 두 여자 이야기

    야스민과 브렌다는 닮은 부분이 있습니다. 의지할 사람없이 온전히 혼자 세상을 헤쳐나가는 여자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둘 다 호감 가는 외모를 갖지 못했습니다. 영화의 여주인공과는 거리가 멀어요. 야스민은 뚱뚱한 몸에 화장은 원색적으로 하고 조금만 일을 해도 땀을 뻘뻘 흘리지요. 브렌다는 흑인에 곱실거리는 폭탄머리에 얼굴엔 삶에 찌든 모습을 하고 있어요. 커다란 눈, 굵은 쌍꺼풀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브렌다와 남편의 트렁크를 가져오는 바람에 갈아입을 옷이 없어서 속옷 차림으로 침대에 걸터앉는 야스민. 두 여자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너무 가엾어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제 눈에도 눈물이 고였어요. 한편 두 여자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야스민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에요. 브렌다의 아들과 딸이 야스민을 무시했지만, 야스민인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주지요. 결국 브렌다의 아들과 딸도 야스민에게 마음을 열지요. 브렌다는 야스민이 브렌다의 손주를 잘 돌보는 모습도 싫어하지요. 아마도 다른 이들과 잘 어울리는 야스민에게 질투를 느낀 게 아닌가 싶어요. 사람들이 야스민 주위로 모여들고 잘 지내는 모습이 브렌다 입장에서는 좀 생경했을 수도 있지요. 브렌다가 야스민에게 '가서 당신 애랑 놀아요!'하고 쏘아붙일 때, 야스민은 '나는 애가 없어요.'라고 나지막하게 얘기합니다. 그 장면에서 야스민은 자존심 상해하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팩트를 얘기합니다. 그렇게 상처 주는 말에 자존심 상하고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데, 야스민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요. 야스민의 마음을 알아준 걸까요? 브렌다가 몰랐다면서 진심으로 미안해합니다. 그리고 둘은 결국 절친이 되지요.

     

    3. 마법같은 일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 영화는 1987년 작품인데, 화면도 참 매력적입니다. 시뻘건 석양에 황량한 바그다드 카페의 모습이라든가, 부메랑이 쒹쒹쒹 날아갔다가 돌아오는 모습이라든가, 초반에 먼지만 날려대던 장면들이 후반으로 갈수록 컬러풀하게 바뀌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음도 따뜻해졌어요. 처음엔 삶을 만사 귀찮게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뭔가 같이 늘어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대체 왜 이 영화가 코미디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게다가 제베타 스틸이 부르는 'Calling You'는 경쾌한 노래가 아니라 뭔가 절규하는 것 같고 뭔가 쓸쓸하고 그랬어요. 노래에서도 먼지가 풀풀 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참 신기하게 뒤로 갈수록 화면도 컬러풀하게 바뀌고, 초반에 그렇게 쓸쓸하게 들렸던 'Calling You'도 참 희망차게 들리더군요. 정말 마법이 일어난 것 같았어요. 엄청 뚱뚱하지만 매우 여성스러운(?) 야스민에게 사랑이 찾아온 것도 기뻤습니다. 생활에 찌들어 그악스럽기 그지없는 브렌다도 남편과 화해를 하지요. 둘에게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을 보니 어쩐지 우리에게도(현실에서도) '마법 같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마법 같은 일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망을 품게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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