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영화 정보

    • 장르 : 멜로, 드라마 / 한국 / 116분
    • 감독 : 송해성
    • 원작 : 아사다 지로의 '러브레터'
    • 주연 : 최민식, 장백지
    • 상영등급 : 15세 관람가

     

    줄거리

    2000년 인천, 삼류 건달인 강재는 불법 동영상을 유포하다 적발돼 열흘간 구금됐다가 풀려납니다. 출소 후 동네 오락실에서 한심한 시간을 보내던 강재는 친구이자 조직의 보스인 용식에게 구타를 당하고 자신이 운영하던 비디오 가게를 하지 말고 클럽 삐끼나 하라는 말을 듣습니다. 느낌이 이상했던 강재는 같은 조직의 친한 동생 경수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게 되고 조직에 악재가 닥쳤다는 걸 알게 됩니다. 

     

    경찰의 밀입국 단속이 대대적으로 이뤄지면서 인력사무소를 철수했고, 경쟁 조직의 세력이 나날이 커져 용식이 매우 불편해진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든 만회하기 위해 수금을 나간 강재는 오히려 그들과 싸우고 되고, 용식에게 무자비하게 얻어맞습니다. 그래도 용식은 친구로서 강재를 위로하며 술을 사주었습니다. 그런데 경쟁 조직원이 자신의 업소에 찾아오는 것을 보고 분노하고 극도로 흥분한 용식은 조직원을 죽이고 강재와 함께 시체를 물에 던져 버립니다. 하지만 시신이 물 위로 떠오르자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용식은 강재에게 대신 자수를 부탁합니다.

     

    고민하던 강재는 출소 후 대가를 용식에게 부탁하고는 용식의 뜻에 따라 자수를 시도하지만 뜻밖에도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알고 보니 1년 전 강재는 조직의 인력사무소를 통해 위장 결혼을 하였고, 일자리를 소개받았던 중국 여성이 최근 사망했는데, 그녀의 서류상 남편이 강재였던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자수를 잠시 미루고,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경수와 함께 강원도로 향하는 강재는 아내가 서류에 남긴 편지와 서류를 통해 그녀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1999년,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어머니의 마지막 혈육인 이모를 찾아 한국에 온 중국인 여성 파이란! 하지만 이모는 이미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갈 곳이 없어진 파이란은 한국에 정착하기로 합니다. 파이란은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기 위해 강재의 조직이 관리하는 노동사무소에 가서 강재와 위장결혼을 하고,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는 명목으로 경수에 의해 어느 술집에 가게 됩니다. 술집에서 일할 수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입을 다쳐 피를 토하는 시늉을 하며 위기를 넘긴 뒤 강원도의 작은 세탁소에서 일하게 됩니다. 타국에서 고난을 견디며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파이란. 힘든 것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것은 다름 아닌 활짝 웃는 강재의 신분증 사진입니다. 서류상으로는 결혼해준 강재에게 고마움을 느꼈고, 항상 활짝 웃으며 강재의 사진을 보며 위로를 받았고, 어느새 사랑의 감정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면서 강재에게 편지를 쓰던 파이란은 불행하게도 중병에 걸리고, 죽음을 예감한 듯 강재를 마지막으로 만나기 위해 인천을 찾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달리 강재가 불법 비디오 유포 혐의로 연행되면서 두 사람은 그날 만날 수 없었고, 파이란은 사망합니다. 

     

    결말(스포일러 주의)

    2000년 강원도, 편지를 읽고 파이란의 장례를 치르던 강재는 차츰 숙연해졌고,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줘서 고맙다는 그녀에게 깊은 연민을 느낀다. 강재는 마치 진짜 아내가 죽은 것처럼 차츰 슬픔에 빠져들었고, 파이란이 아프다며 도움을 청했을 때, 이를 외면했던 지역 인력 사무소장을 때리기까지 합니다. 화장을 마친 강재는 파이란이 일하던 세탁소에 들러 주인으로부터 또 다른 편지를 받습니다. 방파제에 혼자 앉아 편지를 읽는 강재. 자신에 대한 애정이 진심으로 가득 차 있는 편지를 읽고 강재는 결국 흐느낍니다. 자신의 삶을 돌아본 강재는 마음의 변화를 느끼고 용식에게 대신 자수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고향으로 내려갈 준비를 합니다. 그러나 용식이 보낸 킬러의 손에 강재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고, 영화는 파이란의 미소와 함께 비극적으로 끝납니다. 

     

    리뷰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고급 연기를 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배우 최민식은 삼류 건달 이강재의 찌질하고도 애처로운 모습부터 서류상 아내인 파이란의 감정에 감동하며 변화하는 연기까지 완벽하게 소화함으로써 길이길이 회자되는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여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 장백지는 당시엔 신인급 홍콩 배우였는데 이 역할로 한국에서 그 이름을 각인시켰습니다. 그런데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해 제작진이 고생을 많이 했다는 일화가 있더군요. 그렇지만 그녀는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깊은 감성으로 국내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깊이 각인시켰습니다. 악역으로 출연한 배우 손병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악랄한 조직폭력배 두목 역할을 강하게 표현하며, 여전히 악역 전문 배우의 위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감초 역할의 배우 공형진은 최민식과의 환상적인 케미를 뽐내며 극의 분위기를 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파이란은 일본 영화 '러브레터'를 각색해서 만든 영화라고 합니다. '러브레터'하면 하얀 눈밭에서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 데스!' 하며 외치던 여주인공의 아련함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파이란' 여주인공 장백지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얼굴이 겹쳐집니다. 파이란은 강재에게 고맙다고 하지만, 진짜 고맙게 생각해야 할 사람은 삼류 건달이었던 강재가 아닐까 합니다. 찌질함으로 덩어리 진 강재에게 인생을 돌아보게 했으니까요. 이 영화는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영화입니다.

    반응형